기후변화, 감정적으로 이야기 할 때
산업혁명 이후 대기 오염으로 기온이 상승하며 기후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 열기로 극지방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태평양 저지대와 전 세계 연안 사회가 위협받고 있다.ㅍ이제 가뭄뿐 아니라 폭풍, 사이클론, 산불 같은 기상 이변이 점점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또 기후변화와 더불어 산림 벌채와 개간으로 인해 우리는 공룡 시대 이래 여섯 번째이자 역대 최악의 대멸종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모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지각도 변화하고 있다. 미래 예측은 늘 까다롭지만,
자연계와 거기에 의존하는 사회의 붕괴를 막으려면 환경 오염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기온 상승 폭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데 합의한 지는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다. 많은 과학자와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관측되는 극심한 기상 이변과 해수면 상승은 1도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으며, 2도가 코앞이고 3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미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관찰되며, 일부 국가의 난민 위기를 부
채질하여 해당국과 국제기구에 전 지구적 안보 악몽을 일으키고 있다.
등교 거부 1인 시위로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 파업을 고무시킨 스웨덴의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TED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행동하면, 희망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나와 협력하는 여러 환경 단체 또한 일반 시민과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방법을 모색할 때 논리적이고 전문적인 주장보다 사람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기반을 둔 메시지에 점점 더 주력하고 있다. 인간의 태도는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감정적 끌림에 ‘행동 촉구’가 더해진다고 반응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우선 인간 심리와 목표 청중의 마음가짐부터 감을 잡아야 한다.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기에 앞서 내가 누구에게 말하는지, 그들이 무엇을 하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할 때가 많아요.” 이는 소통의 기본 원칙이지만, 기후변화처럼 정치화된 문제에서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유명한 환경론자들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만큼이나 외면당할 수 있다. 레이세로위츠에 따르면 기후 운동의 선결 과제 가운데 하나는 미래를 향한 긍정적이고 대안적인 관점을 만드는 것이다.
영국 학자 마이크 흄Mike Hulme이 쓴 책 《우리가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따르면 바로 그 점이 우리가 기후변화를 두고 논쟁을 일삼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흄은 “기후변화에 대한 의견 불일치는 우리 내면과 가치관, 정체성과 삶의 목적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썼다. “원인은 내부에 있다. 우리가 궁극적인 물리적 현실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결과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의 갈등과 불화를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다양한 신념 체계와 이를 형성하는 정서적 반응, 사회적 영향력을 이해해야 한다. 기후변화를 이야기하고 대책을 논의할 때도 그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자연과학자인 셰퍼드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어떤 심리가 우리 세계관을 형성하는지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3대 편향을 꼽았다.
첫 번째이자 가장 명료한 편향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바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는 성향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원치 않는 정보는 거르고 이미 확립된 믿음을 뒷받침해 주는 사람을 팔로할 수 있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확증 편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두 번째는 더닝 크루거Dunning-Kruger 효과로,
이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과소평가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성향을 뜻한다.
참고로 나는 이런 성향을 포커스 그룹 참여자들에게서 늘 목격한다. 전문적 과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기후학을 조목조목 따지고 분석한다.
마지막 편향은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다.
우리는 자기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생각이나 행동을 접하면 불편해한다. 그래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도 자기 신념에 부합할 때까지 합리화하며 불편함을 해소하려 한다.
청소년들, 특히 10대 소녀들 사이의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는 뚜렷하다. 호주의 여러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어릴수록, 아버지와 아들보다는 어머니와 딸이 기후변화를 더 많이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지는 그 일대일 대화가 마이크로 전달되는, 학교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메시지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느꼈다.
“목 놓아 외치는 건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어렵게 배웠어요.
사람들은 시간을 들여 한 사람과 대화하는 일의 힘을 과소평가해요.
그렇지만 상대방을 반만이라도 설득해 낸다면 정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죠.”
10대 소녀들이 유독 영향력 있는 기후 운동가가 된 것은 정서적 유대감과 설득력 있는 대화를 통해서였다.
“우리가 떳떳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뇌는 그 행동을 바꾸도록 자극하는 신호를 보낸다.” 스니서 주장에 따르면 죄책감과 수치심은 우리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함으로써 우리 생존과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우리는 죄책감과 수치심 덕분에 사회적 결속을 유지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내집단의 역학 관계를 지킬 수 있었다.
죄책감과 수치심이 어떻게 서로 다른 신경 회로를 활성화하는지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심리학자들은 대개 죄책감이 수치심보다 건설적인 감정이라고 말한다. 죄책감은 잘못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피해를 복구할 방법을 고민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죄책감은 옳고 그름에 대한 믿음에 얽혀 있기에 갈등을 극복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건설적인 죄책감은 집단의 책임을 개인의 책임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 강조한다. “넌 잘못했어”라거나
“넌 그러지 말았어야 해”라고 하기 보다 “우리에겐 책임이 있어” 또는 “우리는 뭔가 할 수 있고, 해야 해”가 건설적이다.
이런 죄책감은 우리의 됨됨이와 우리의 잘못된 행동 사이에 선을 긋는다. 우리가 옳지 않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 안의 선의는 인정할 수 있다.
건설적인 죄책감은 집단적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수치심은 개인에게 손가락을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IPCC 보고서가 발표된 후 두 학자는 기후변화를 묘사한 이미지들이 공포, 무력감, 취약성 같은 피동적인 정서들을 자극해 ‘참여 및 책임’과 관련된 능동적인 활동을 막는다고 결론지었다.
공포의 호소력과 효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공포를 이용하는 것이 이로운지 해로운지 의견 차이를 빚고 있다.
하지만 관련 문헌들을 검토해 보면 공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단순히 공포심을 자극해 호소하는 일을 남발하면 사람들이 둔감해지기에 지속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공포와 불안은 메시지 안에 깃들어 있죠. 상황은 무섭지만 그걸 가릴 방법이 있습니다. 그 무서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사람들의 불안을 덜어 줄 방법이죠.
코넬대 연구진은 청소년들에게 세 가지 기후변화 관련 영상을 보여 주고 반응을 관찰했다.
하나는 공포, 다른 하나는 유머, 나머지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정보 중심이었다.
연구진은 공포와 유머가 환경 운동을 촉진하는 데 똑같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콜로라도 대학교의 또 다른 연구진은 코미디가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참여하게 하며,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공연이 끝나고 저에게 다가와 “정말 암울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희망적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관객이 하는 경험은 제각각이에요.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공감하는 지, 기후 부정론자들은 환경을 아끼는 태도는 약하고 여성스러운 것인 반면, 환경을 정복하고 기후변화의 잠재적 위험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강하고 남성적이라고 여긴다는 점이었다.
기후 부정론자들은 기후변화 자체보다 기후 행동으로 변화된 세상을 더 두려워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계속
나아가라.” “용서는 긍휼의 자비로운 은총이다.” 너새니얼 리치의 책 《잃어버린 지구》의 한 구절일 것이다. “헛된 희망은 절망보다 해롭다." 희망은 결코 100퍼센트 긍정적인 감정이 될 수 없다. 희망하는 행위에 긍정적 이점이 있다 해도 그 본질은 부정적 결과의 가능성을 희박하게나마 인식해야 성립한다. 다시 말해 희망은 ‘최악을 두려워하면서 더 나은 상황을 갈망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나치게 낙관하면 행동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창안한 이 이론은 인간이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다는 손실 회피 성향과 관련 있다. 두 학자가 1979년에 발표한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결과보다 불확실한 결과에 낮은 가치를 부여하며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미래의 덜 확실한 손실보다 현재의 확실한 손실에 훨씬 민감하며 기대되는 이익이 다소 적더라도
더 확실한 선택지를 선호한다. 즉 확실하게 얻을 수만 있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이익이라도 그럭저럭 만족한다는 뜻이다.
전망 이론을 떠올리면 (이와 무관하지만) 1970년대 초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행한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연상된다. 아이들은 당장 마시멜로 1개를 먹거나 15분을 기다리면 2개를 먹을 수 있었는데, 당장 하나를 먹고 싶은 유혹은 압도적이었다.
“대책은 사람들이 의무, 죄책감, 규범,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실천할 때보다 그것이 마음에 들고 흔쾌히 내킬 때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을 보호하는 행동과 기후 행동의 연관성을 강조하면 우리가 잃을 만큼 얻을 것도 있다는 점을 보여 줄 수 있다. -
노벨상 수상 작가인 엘리 위젤(Elie Wiesel)은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말했다. 사랑이란 진정,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관심은 작지만 강력하며 본질적으로 능동적인 개념이다. 소중한 누군가의 건강과 행복 또는 무언가를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애호가가 되기는 쉽지만 보호자가 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응답한 기후학자 44명은 기후와 미래 세대의 행복, 인간계와 자연계를 강하게 연결 지었다. 그들은 지구와의 관계를 뿌리 깊은 우정처럼 보았고, 심각하게 아픈 ‘친구’를 보고 느꼈던 고통을 회상했다. 한 응답자는 이렇게 썼다. “의사가 환자이자 평생 함께해 온 친구에게 끔찍한 난치병을 진단해야 하는 마음을 상상해 보세요. 기후학자는 지구에 그런 끈끈한 감정을 느껴요.”
연구진은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인간과 기후변화의 연결고리인 ‘관심 대상’은 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이 문제에 더 강한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다. ‘관심 대상’은 자신과 기후변화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메워 기후변화를 자신과 밀접한 문제처럼
보이게 하고, 더 강한 감정을 느끼도록 자극하고 행동을 촉구한다.
사람들은 보통 상실을 겪을 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가 제시한
‘애도의 5단계’ 즉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을 하나씩 차례로 밟는다고 한다
그레타 툰베리가 코로나19가 범유행하는 와중에 말했듯이 “이 전염병은 끔찍하지만 우리에게 한 가지 교훈을 준다.
일단 위기에 빠지면 우리는 신속히 행동하고 습관을 바꾸며 위기를 위기처럼 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