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침묵의 기술, 조제프앙투안투생디누아르

liefd 2023. 12. 28. 11:12
반응형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논지는 두 가지 층위의 역설(逆說)을 통해 드러나는데,

하나는 침묵이야말로 말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전제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더 나아가 침묵 자체가 곧 말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1. 침묵이란

 

첫 번째, 침묵은 언어를 자제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언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두 번째, 침묵은 단순히 입을 닫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말과는 다른 어떤 표현 양식을 의미한다.

말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알고 자제할 수 있다면, 역으로 말해야 할 때를 파악해 정확하게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이니, 침묵은 곧 말의 전제조건이자 잉태 공간인 셈이다.

또한 인간의 침묵이 짐승의 그것과 같을 수 없어, 표정이나 제스처를 통해 침묵하는 자의 의중이 얼마든지 드러날 수 있으므로 침묵은 곧 또 다른 언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침묵을 언어 행위에 직결시켜 이해하는 이상 두 가지 해석 방법은 고전 수사학에서 소위 악티오(actio)라 칭하는몸짓의 수사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침묵을 이야기하면서 기실은 자기표현의 언어 행위를 역설(逆說)적으로 역설(力說) 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나르시시즘이 갈수록 기승을 부려, 말과 글을 통한 자기표출 행위가 극성으로 치닫는 요즘 사회에 침묵을 언어의 중요한 가능태 중 하나로 조명하는 시각은 매우 중요한 설득력을 갖는다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데 말과 글 두 가지 길이 있듯이,

 

2. 침묵의 방법

침묵하는 방법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혀를 붙들어 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펜을 붙들어 두는 것이다.

작가가 침묵을 유지하거나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혀야 할 때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놓고 이야기하게 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는 법이다.”라는 현자의 충고를 되새겨보라

 

옛 현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말을 배우려면 인간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침묵해야 하는지를 깨치려면 신을 따라야 한다.”  

요컨대 지혜에서도 상책(上策)은 침묵하는 것이고, 중책(中策)은 말을 적당히, 적게 하는 것이며,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말이 아니더라도 말을 많이 하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3. 침묵의 능력

첫 번째 원칙: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연다.  

 

두 번째 원칙: 말을 해야 할 때가 따로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세 번째 원칙: 언제 입을 닫을 것인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입을 닫는 법을 먼저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말을 잘할 수 없다.  

 

네 번째 원칙: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거나 생각이 모자라기 때문이고,

입을 닫아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은 경솔하고도 무례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원칙: 일반적으로, 말을 하는 것보다 입을 닫는 것이 덜 위험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섯 번째 원칙: 사람은 침묵 속에 거함으로써 스스로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침묵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은 자기 밖으로 넘쳐나게 되고 말을 통해 흩어져, 결국에는 자기 자신보다 남에게 의존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일곱 번째 원칙: 중요하게 할 말이 있을수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할 말을 먼저 혼잣말로 중얼거려본 다음, 그 말을 입 밖에 낸 것을 혹시라도 후회할 가능성은 없는지 짚어가며 다시 한 번 되뇌어보아야 한다.

 

 여덟 번째 원칙: 지켜야 할 비밀이 있을 때에는 아무리 입을 닫고 있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할 때 침묵은 넘칠수록 좋다.

 

 아홉 번째 원칙: 일상생활에서 가급적 침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심스러움은, 달변의 재능이나 적성에 비해 결코 평가절하할 만한 것이 아니다. 아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해 입을 닫을 줄 아는 것이 더 큰 장점이다.

 현명한 자의 침묵은 지식 있는 자의 논증보다 훨씬 가치 있다. 그렇기에 현명한 자의 침묵은 그 자체로 무도한 자에게는 교훈이 되고 잘못을 범한 자에게는 훈육이 된다.

 

 열 번째 원칙: 침묵은 이따금 편협한 사람에게는 지혜를, 무지한 사람에게는 능력을 대신하기도 한다.

 

 열한 번째 원칙: 사람들은 보통 말이 아주 적은 사람을 별 재주가 없는 사람으로,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을 산만하거나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말을 많이 하고픈 욕구에 휘둘려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받느니, 침묵 속에 머물러 별 재주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편이 낫다.

 

 열두 번째 원칙: 용감한 사람의 본성은 과묵함과 행동에 있다. 양식 있는 사람은 항상 말을 적게 하되 상식을 갖춘 발언을 한다.

 

 열세 번째 원칙: 아무리 침묵하는 성향의 소유자라 해도 자기 자신을 늘 경계해야 한다. 만약에 무언가를 말하고픈 욕구에 걷잡을 수 없이 시달리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결코 입을 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열네 번째 원칙: 침묵이 필요하다고 해서 진솔함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생각들을 표출하지 않을지언정 그 무엇도 가장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닫아걸지 않고도 입을 닫는 방법은 많다.신중하되 답답하거나 의뭉스럽지 않은 방법. 진실을 드러내지 않을 뿐 거짓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닌 방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