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liefd 2024. 2. 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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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북에 따르면 행복 카메라에는 불행과 행복을 찍는 필름 두 가지가 들어간대요. 셔터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두 감정이 동시에 찍히는 거죠.” 

 

“피자는 어디 있어?”
“아빠, 여기 피자 맛없어 보여. 나 맘 바뀌었어! 우리 얼른 집에 가서 간장 계란밥 먹자. 나 그거 먹고 싶어!”
트럭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세 사람은 말이 없다. 아빠는 거뭇해진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집으로 향한다. 세 사람은  
서로에게 미안해 창밖만 바라본다. 우리는 왜 이리 미안해야만 하는 걸까. 가난은 사랑하는 이를 매일 미안하게 만든다.  

지옥에서 도망쳐 봤자 죽음 아니면 다시 지옥이다.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배운 아이들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보호 종료가 되면 정부에서 5백만 원을 지원받아 나왔다.  


 ‘버텨낸다면 이 길의 끝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
 희망은 배우지 않아도 마음에 절로 품어진다. 잡초 같은 마음이다. 뽑고 또 뽑아도 징그럽게 절로 자라는 희망, 바로 그 잔인한 감정 말이다. 그리고 열여덟 살, 시설 보호 종료가 되던 날 막막함에 짐 가방을 메고 문 앞에 서 있는 자신의 손을 힘주어 잡아준 날을 잊지 못한다. 봉수는 영미에게 우산 같은 사람이다. 영미는 그의 오른손을 펼친다. 이 손가락은 생의 비를 막아준 우산대이다. 

지우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가요.

  마음의 얼룩을 행복한 기억으로 바꾸어 찍어드려요. 보고 싶은 마음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줄 수도 보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줄 수도 있어요.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당신의 슬픔이 안녕할 수 있다면 얼룩진 마음을 행복한 마음으로 바꾸어 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행복한 마음을 찍어드리는 마음 사진관입니다.  

그 사진을 볼지 말지도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사진을 보신다고 해서 저희가 미래를 바꾸어 드리지는 않습니다. 그저 선택을 하게 도와드릴 뿐입니다. 저도 정답을 찾고 싶지만, 아마도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는 물음표를 지닌 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집니다. 최선을 다해.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르죠.”  

어쩌면 사진은 거짓말에 약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척 웃음 지어도 가짜 웃음은 티가 나고, 억지로 웃지 않으려 해도 진짜 웃음 역시 티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웃는 이유는,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 희망의 빛, 그걸 보게 하려고 사진을 찍는 걸까.  

 

“아, 메뉴얼 북에서 읽은 그 순서인가? 아침을 여는 푸른 새벽의 시간.” 글로만 읽을 땐 이해되지 않던 푸른 새벽의 행복을 비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행복사진을 찍고 원본 필름을 걸어 밤에서 새벽이 오는 시간에 하늘로 올려 보내면 행복이 아닌 얼룩의 시간을 빠르게 감아 망각하게 해준다. 인간이 가진 재능 중 쓸 만한 것이 바로 망각 아닌가. 온통 시궁창 같던 암흑의 시간이 망각을 통해 희미해지며 새벽을 밝히고 새 아침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는 의미 없는 희망 고문이 아닌, 시계태엽을 돌리는 마법의 주문인 것이다.

 
“여기 아침 해가 정말 예쁘다. 매일 보는 해가 이렇게 예뻤나? 영미야, 윤아 거기 서봐, 사진 찍어줄게. 사람들이 사진을 왜 그렇게 찍나 했더니, 소중한 순간을 잡아두고 싶어 그런가 봐. 자, 하나 둘 셋!”  찰칵!  

네, 마음 사진관에서 행복사진 찍을 때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죠. 푸른 꽃은 사람들 마음에 든 멍을 찍을 때 나타나요.

원래 하얀 목화솜처럼 고운 마음이 상처로 이리 맞고 저리 맞아 검푸른 멍이 든대요. 그런데 행복사진을 찍으면 행복한 기억이 마음 아픈 상처의 기억을 덮어 아름다운 푸른색으로 변하면서 멍이 빠진대요. 하늘이 파란 건 사람들 마음의 멍을 희석시켜 주느라 꽃잎이 많이 올라가서가 아닐까 싶어요. 꽃잎은 매번 머무는 게 아니라 제가 사진 찍는 대상을 향해 간절한 마음으로 행복을 빌면 행복사진을 찍는 순간에만 나타나요.”

  “아… 그래서 하늘이 유난히 쨍하게 아름다운 날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시리고 눈물이 나는 것이었군요. 정말 놀랍네요.” -

착한 사람은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착한 사람’과 ‘우유부단한 사람’은 의도치 않아도 다른 대상들을 충분히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걸 결혼 3년 차가 되어서야 알았다.  

 

나는 누구이고, 지금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다. 일은 분명하고 정직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일은 투여하는 에너지만큼 성과와 보상이 확실하고 명확했다. 그래서 마음이 허할 때마다 더욱 일에 매달렸다. 하지만 상무 지수현은 반짝이고, 인간 현수지는 초라하다.  

생일은 별일이죠. 세상에서 살아갈 결심으로 나온 날이잖아요. 좋아요, 생일이시니까 선물로 사진 찍어드릴게요. 행복사진, 마음사진, 증명사진 모두 가능해요. 


공간은 힘이 세구나. 공간이 사람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더니, 여기를 두고 한 말이네. 그래서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장소가 중요하다고 하나 봐. 확실히 이 공간에는 마음을 녹여주는 무언가가 있어. 대체 그게 뭘까? - 

행복이 무엇인지 잊고 살던 수현이다. 그저 오늘 하루 주어진 일을 무사히 마치고, 승진을 하고, 실적을 내고, 어디까지 가야 만족할지 모를 성취를 위해서만 살았다. 그 성취감만이 인생의 효용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행복을 모르는 게 아니라 행복을 미루어 두고 산 게 아닐까. 행복은 언제나 내 손 닿는 곳 가까이에서 느껴주길, 바라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데, 오늘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희극인 날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양육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했어. 길게 자주 웃고 낙관적인 생각을 하라고 했어. 그리고 사소한 기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나 그때의 행동을 기억하래. 그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슬프더라도 쉬이 행복에 자신을 도달하게 할 수 있다고 했어.”

  “행복도 반복된 습관이라는 의미 같다.”  


불꽃은 원래 어두울 때 터지잖아. 마음이 마냥 어두운 날들도 사실은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불꽃을 터뜨리려고 준비 중이었던 거야.” 


지금 어둡고 힘들다면 삶의 축제를 준비 중일 수도 있으니 현재를 즐기라고 했어. 어제를 살지도 내일을 살지도 말고 오늘만 살자고 생각하니까 그 뒤로 정말 자주 웃게 됐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엔 언제나 진통이 따릅니다. 때론 그 진통이 아프고 괴로워 도망가고 싶습니다.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나 싶죠. 하지만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도 고통스럽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고통 속에 머물지 않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고통을 지나오며 마음이 조금 어른이 된 거 같아요. 성장통이라 해야겠지요. 나의 성장통은 당신이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베스트 컷을 위해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지만, 어쩌면 매 순간이 베스트 컷임을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겠다.  


여름에 가을을 그리지 말고 가을에 겨울을 그리지 말아요. 마지막 부탁입니다. 부디 오늘을 사세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세요. 먼 미래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래의 거창한 행복을 좇느라 오늘의 사소한 기쁨을 놓치지 말고 오늘을 살아요. 나 자신을 위해서. 삶은 여행입니다. 여행 온 듯 매일을 살길 바라요.”  


이해할 수 없던 일들은 이해하려 노력할 땐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되고, 이해하려 노력했었다는 사실조차 잊을 때에야 이해하게 됐음을 알게 된다. 머리로는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일들은 때론 오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마음은 머리보다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다.  


아빠는 네가 지금 당장 취업하지 않더라도 불안해하지 않으면 좋겠어. 학교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걸 배운 적이 없는데 네가 어찌 알겠어.”

 “아빠는 정말 천사야. 근데 영원히 좋아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면 어쩌지. 그땐 그냥 나도 아빠처럼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 아빠가 살아보니까 사람이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거나, 하고 싶은 일을 알고 살지는 않더라고. 다만 하는 일을 좋아해 보려고 노력하거나 퇴근하고 재미있는 어떤 취미를 찾던가 해야지.”  
살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은 사람은 복권 당첨된 거랑 똑같지 않을까.”  


어디를 가보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데, 손님들이 어디로 가자고 말해주는 거야. 그럼 나는 매일 어디를 갈 수가 있잖아. 대부분 평생 안 가본 동네들이더라고. 힘들긴 하지만 그게 좋더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며 집에 있기 시작한 뒤 3년이 흘렀다. 집에 종일 누워만 있던 녀석에게 답답해도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왠지 청년 시절의 자신에게도 필요했을 것 같은 시간들. 꼭 무엇이 되라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 애들은 또 요즘 애들만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을 건데 우리는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면 좋지 않겠어. 나는 그러고 싶네. 내가 택시 일하면서 요즘 젊은 청년들 보니까 다들 너무 힘들어. 우리가 청춘을 응원해 줍세.  

여행을 떠난 그날부터 일기를 썼거든. 그리고 하루에 딱 한 컷만 찍었어. 매일이 이렇게 한 장면씩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단 한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장면이 없겠더라고. 기록은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의 자신을 찾는 것이라고 하잖아. 기록을 하는 순간 오늘이 어제가 되는데,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굳이 구분 지으려 하지 말고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 마침 내 전시를 담당했던 분이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사진집을 내자고 제안해 주셔서 책을 내게 됐지. 공간에서 하던 전시를 책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했어. 공간의 크기만 다르고 표현의 질감만 다를 뿐인 거지. 변화 없던 내 인생에 1년이 참 다이나믹했어.” 


범준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과 이야기를 하며 비난이나 충고를 받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음이 신기했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 없는 대화라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 주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안했다. 마침내 범준은 진짜 속에 가두어 둔 말을 꺼낼 운명은 그것을 우리가 운명이라 부를 때에만 운명이 된다. 스쳐 지나간다면 운명이 아닌 흘러가는 사소한 일일 뿐이다. 스스로 우연을 운명으로 만들기로 선택할 때에만 우연은 운명이 된다. 운명이라는 길은 자신의 선택과 용기로 만들어진다.  

꽃잎을 향해 다정한 말을 건넨 해인의 머릿속에 순간 섬광처럼 윤동주의 「길」 한 구절이 흘러 지나간다.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길이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다… 아… 그런 것인가.”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슬픈 순간이 아닌 행복한 순간을 찍는 이유는 행복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순간의 행복을 영원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사진을 찍고, 안개 끼고 폭풍우가 몰려오는 날에는 어제처럼 선명한 행복의 사진을 꺼내보며 살아갈 힘을 낸다.

  “오늘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이구나.”  

기적을 바랐던 까닭은 기적 안에서 살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꽃은 지기 위해 피잖아요. 시들지 않고 지지 않는 꽃은 없나요?
“꽃은 시드니까 아름다운 거예요. 시들 걸 알기 때문에 한철 아름다움을 화사하게 밝힐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오늘을 살자, 그저 오늘을 살자. 후회도 회한도 슬픔도 번뇌도 모두 내 것으로 감싸 안으며 살자. 세상에서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살자. 그럴 수 있어. 나는 이제야 비로소 삶이라는 여행을 살아갈 준비가 된 것 같다.”  

“상미 님, 무엇보다도 나부터 사랑해 주어야만 그 힘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자신을 제외하면 모두 타인이고, 가족도 사실은 가장 가까운 타인이잖아요.”  


“너무 예뻐요. 제가 꽃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받기만 하고 미안해서 어떡하죠, 감사해요.”

  “괜찮습니다. 때론 호의를 받기만 해도 됩니다. 덕분에 마음의 허기가 채워진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 마음을 조건 없이 나눠주면 돼요. 좋은 마음을 나누는 건 전혀 미안할 일이 아닌걸요.”  

그리움을 안고, 즐거움을 안고, 슬픔을 안고, 고단함을 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행복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웃는다. 웃는 사람들 곁엔 웃고 싶은 사람들이 온다. 웃고 싶은 사람들이 와 함께 웃고 나간다. 사람들은 즐겁다. 

 

“‘아름답다’의 어원에 대한 가설이 여러 가지인데, 그 중에서 ‘아름답다’가 ‘나답다’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도 있어. 즉 ‘아름답다’는 ‘나답다’인 거지.”
 “아… 그러니까 가장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거네 -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윤정은 - 밀리의 서재

제가 어제 유튜브에서 강연을 들었는데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래요.” “빈도?”
 “네. 강한 즐거움이나 기쁨은 자주 오지 않을 뿐더러 기대할수록 실망도 크니까, 매일의 작고 소소한 기쁨이나 즐거움을 늘리면 행복한 일상을 살 수 있대요.” -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윤정은 - 밀리의 서재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스스로 걷는 길을 아름답게 받아들인다면 아름다운 인생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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