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막 5:21-43), 김덕선 목사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그렇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거나 사기를 당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을 믿지만 않았더라면 이렇게 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 힘든 것은 앞으로 도대체 누구를 믿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신앙생활 하는 우리에게도 이런 두려움이 있습니다. 우리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질병이라든지 사고라든지 법적 소송이라든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그동안 하나님만 믿었는데 나에게 왜 이런 일을 찾아왔는가? 내가 믿는 신앙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나님은 왜 나를 안 도와주셨을까? 이 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두려워말고 믿기만 하라.“
오늘 본문은 두개의 사건이 얽혀있습니다. 예수님이 이방인의 땅 거라사에서 가버나움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때 회당장 야이로가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지금 죽어가고 있는 딸을 고쳐 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야이로의 딸을 고쳐 주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은 어떤 여자가 자기 병을 고치려고 예수님의 옷 가에 몰래 손을 대었습니다.
그 순간 이 여자는 고침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자기에게서 능력이 나간 줄 아시고 그녀를 찾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회당장의 딸은 죽고 말았습니다. 자기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야이로는 굉장히 절망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빨리 오셨더라면 자기 딸을 고칠 수 있었을텐데. 누가 새치기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는 원망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때 예수님은 회당장 야이로에게 “두려워말고 믿기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혹시 우리 가운데 낙심할 수밖에 없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 가운데서 가슴 졸이는 분들이 있습니까? 바로 그러한 분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
예수님이 거라사에서 갈릴리로 돌아오셨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가족이나 자신의 병 때문에 예수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절박한 사람은 회당장 야이로입니다(21-23절). 예수님이 배에 내리시니까 다른 어떤 사람보다 먼저 회당장 야이로가 예수님 앞에 나와 그 발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딸이 죽어가고 있는데 오셔서 머리에 손을 얹어 아이가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당시에 회당장 직책은 유대 사회에서 지도급 인사입니다. 그는 회당에서 다른 사람을 지도하고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미 유대 지도층에서는 예수님을 정죄해서 회당에서 설교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린 상태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이로가 예수님 앞에 나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기 딸의 병을 낫도록 한다는 간구하는 것은 자신의 명성을 잃어버릴 각오를 한 것입니다. 이 아버지는 딸을 살리기 의해 자신의 모든 명성이나 위신을 희생할 각오를 합니다.
야이로는 또한 당시 유대 지도층이 예수님에 대해 부정적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이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사람들 머리에 손을 얹고 병을 치료하는 것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지금 죽어가는 자기 딸의 머리에 손을 얹기만 하면 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 야이로도 딸이 병들어 죽어 가지 않았더라면 예수님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부탁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려움이 생기면 우리 역시 하나님 앞에 기도하면서 매달리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는 한 가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뜻도 모르고 믿음이 부족해 하나님의 응답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가?
어쨌든 예수님이 혈루증 앓는 여인과 대화를 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회당장을 실망시키셨습니다. 회당장은 지금 자기 딸이 죽어가고 있는데 딸을 살려 놓고 그 여자와 이야기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회당장은 예수님이 조금이라도 자기 사정을 이해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가슴 아파했을 것입니다.
마치 예수님이 자기 딸의 생명은 관심이 없으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생명의 지장이 없는 다른 여자의 병을 치료하고 또 대화를 나눈다고 시간을 지체하셔서 자기 아이가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사람은 한번 죽으면 모든 것이 끝장입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너무 늦게 오셨고 그 동안 아이는 죽어버렸습니다.
우리가 가장 안타까울 때가 언제입니다. 다른 방법을 전혀 써보지도 못하고 끝날 때입니다. 우리가 사람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써본 후에 죽는다면 그걸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만 믿고 다른 방법을 전혀 써보지도 못한채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비참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의심이 생깁니다. 왜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안들어 주시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하셨을까? 이미 사람이 죽었는데도 예수님은 두려워말고 믿기만 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이 아이의 죽음을 통해 회당장이 얼마나 두려워하고 절망하고 있는지 아셨습니다.
그의 머리로는 지금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이나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의해 쉽게 좌우되기 때문에 당장 눈 앞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면 두려워하고 절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은 마음 속에 일어나는 절망에 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사람이 볼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해서 하나님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상 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하나님은 하실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회당장의 집에 가니 벌써 장례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38-39절). 사람이 죽으면 그 후에는 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직 울어주고 땅에 묻어버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왜 소리를 지르느냐고 하시면서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모든 죽은 사람이 예수님 앞에서는 자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믿는 자는 더욱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그를 다시 살리 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이미 예수님은 야이로의 믿음을 보고 딸을 살리시려고 작정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너희는 딸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고 하신 것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은 죽는 것이 끝이 아닙니다. 신자에게서 죽음은 육신을 벗고 더 자유롭게 풍성한 상태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믿는 자들의 질병이나 죽음에 대해 너무 절망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육신의 상태를 벗고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기뻐해야 합니다.
주님이 원하시면 죽을 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살리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예수님을 비웃었습니다(40-41절). 사람들은 예수님의 정신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분명히 죽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떠드는 사람을 다 내보낸 후에 아이가 있는 곳에 가서 아이야 일어나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잠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죽은 아이를 살리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 아이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다녔습니다. 비틀거리거나 쓰러지거나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이 아이는 살아났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부모에게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붙잡고 이야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자랑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셨습니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는 엄청나게 배가 고팠던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말씀을 통해서 야이로의 믿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딸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위신이나 체면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딸의 병 때문에 예수님에게 나아와 간청했습니다. 회당장 야이로는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에 약도 써보지 못하고 아이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만 믿기에는 너무나도 두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십니다. 끝까지 하나님을 의지해서 기도에 응답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