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선물
2005년 10월 2일의 일이었다.
이른 아침 거제도에 있는 산상기도회에 다녀오겠다고 아내가 길을 재촉했다.
뭐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기도해야 하냐고 만류해 보지만 산상기도회에 가본 적이 많지 못했노라 하며
간곡하게 부탁하는 아내 앞에서 혼자 다녀오라고 허락하며 못내 아쉬웠다.
아내가 준비하는 동안 불현듯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아내가 타고 가던 버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불길한 장면이 나타난다.
이번에 보내면 다시 못 볼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어서 오늘 내가 운전해 주겠다고 하자 영문도 모른 채 그렇게 좋아한다.
그러다 아내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철야기도 후에 긴 장거리 운전은 무리일 것 같다며 고속버스를 타고 가자고 한다.
그러마 하고 선선히 허락하고 길을 나섰다.
아침 8시 20분, 고속버스에 올라타서도 불길한 장면이 떠올라 운전석 바로 뒤의 자리를 부탁해 앉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눈을 뜨고 일어나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고속버스는 차선을 벗어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그 무언가를 막기 위해 한 손으로 아내의 얼굴 부위를 가리고, 다른 한 손은 손잡이를 굳게 잡았다.
잠시 후 고속버스가 중앙분리대를 다시 들이받으면서 버스는 다시 크게 흔들렸다.
비명소리와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의 고통 소리로 이미 차 속은 아비규환이 되어 있었다.
고속버스 기사는 안전벨트를 느슨하게 맨 상태로 복도에 주저앉아 졸도한 상태였고 사람들은 고통과 두려움으로 어떻게 할 줄을 몰라 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내게 침착한 마음을 주셨다. “네가 이 고속버스를 안전하게 정차한 후에 승객들을 보호하라.
그래도 둔다면 차가 통째로 전복되거나 충돌하여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이다.”나는 눈을 뜨고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저는 한 번도 고속버스를 운전해 본적이 없습니다. 이 승객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침착성과 지혜를 주세요.!
나는 달리는 버스에 선 채로 고속버스 핸들을 잡았다. 그리고 정말 차분히 신중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고속버스가 한 10미터 정도 앞으로 반듯하게 가다가 멈춰 서자 비상등을 켜고 기어를 중립에 놓았다.
정말 침착하고 신중하게, 또 지혜롭게 처신했다.
승객 가운데 누군가가 119전화를 해서 긴급구조대를 요청했다.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나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피투성이로 된 사람에게 가방에 있는 옷을 꺼내 닦도록 하고 날아간 책들과 지갑, 옷, 안경테들을 하나씩 주워갔다.
부상자들을 태운 앰뷸런스가 청주 하나병원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응급조치를 마치고 병상에 누워있고 환자 보호자들이 소식을 듣고 여러 저기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다른 환자들은 입을 모아 나를 가리키며 내가 핸들을 잡아 차를 서게 하지 않았다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버스 회사측에도 오늘 큰일을 해주셨다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뭉클한 감동과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되었다.
“하나님 아버지! 졸음운전을 한 운전사로 인해 많은 승객이 죽을 뻔했던 상황 속에서 부족한 저를 도구로 사용해 주셔서 오늘의 대형사고를 막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가 목회하면서 저 졸음 운전했던 운전자의 자리에 서지 말고 이 사람 덕분에 살게 되었다"는 고백을 듣게 하옵소서.”
50회 생일을 맞으면서 대형 사고를 당할 뻔 했지만 그 가운데 지켜 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고속버스와 함께 탔던 승객들과 운전 기사 그리고 가족들의 도움이 된 것 같아 작은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이 사고를 통해서 깨달았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게 가장 소중한 선물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아내라는 것이다.